옛날에 아주 아름다운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동물들과 식물들이 조화를 이루며 잘 살고 있었죠.
하지만 인간의 탐욕이 넘쳐흘러 결국엔 그 아름다운곳을 덮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거북들에겐 ‘그 날’ 로 불립니다.
방사능 피폭, 포격, 생화학 오염의 형태로 말이죠.
인간들은 서로 잡아먹을듯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눈에보이는건 없었고 보이는 모든것을 파괴하기 시작했죠.
신기한일은 서로 죽이기만 할뿐 먹지는 않았어요.
이렇게 이른바 세계전쟁이 일어난거죠.
몇차 세계전쟁이었냐고요?
동물들은 그런건 모릅니다.
그걸로 끝이죠 뭐.
그 일로써 그곳에 살던 동식물들은 돌연변이를 겪게 되었으며, 거북이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오염된 공기와물, 토양은 그들의 몸통을 복어처럼 한것 부풀리더니 구멍난공처럼 가스가 빠지며 팔다리가 뒤틀리기 시작했습니다.
견고했던 등껍질은 말린 자두처럼 쪼그라들었고, 자꾸 쪼그라들고 쪼그라들어서 결국엔 건포도보다 작아졌습니다.
심지어 거기서 멈춘게 아니라 점점 더 작아지더니 결국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죠.
명심해야할게 이땐 아직 전쟁중이었고 전쟁터에 감히 발가벗고 다닐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거북이들은 당장 등뒤에 입을게 필요해집니다.
빈깡통, 하드커버 책, 토트백, 킬티드백, 더플백, 호보백 등등 다 시도해 봤지만 다 뭔가 별로였어요. 그러던중 곳곳에 부패되고있던 시체들의 머리를 덮은 헬멧들을 본 순간, 거북들은 분명 다 같은 생각을 했을겁니다.
완벽한 등껍질이라고 생각을 했겠죠.
날카로운 입으로 헬멧의 턱끈을 잘라낸뒤 뒤집어 썻습니다.
진짜 등껍질에 비할바는 못되었지만 그래도 가장 좋았습니다.
몸 크기에 따라 꼭 맞기도, 작기도 크기도 했지만 분명한건 헬멧이 모자라진 않았아요.
한번도 맡아본적 없는 공포의냄새가 ‘그 날’ 을 시작으로 한참을 이어졌죠. 몇몇 종의 동식물들은 피냄새를 맡고 몰려들어 시체를 뜯었고 좋아했지만, 땅이 메마르는데는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그 날’ 이후 공포의 시간은 오래 지속되었어요.
돌연변이는 남겨졌으며 모든 거북의 등 뒤엔 헬멧이 남겨지게 되었어요. 살아남은 거북들은 폐허가 되어버린 이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무척 난감했습니다.
얼마 후 여러지역의 거북들을 모였고 긴 얘기끝에 각자의 등에 남겨진 작은 헬멧으로 서로 다른 동,식물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기로 판단했습니다.
모두 돌연변이로 적응이 필요했고 물론 거북들도 도움을 받아야했지요.
이들은 시련을 겪으며 공생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거북들은 서로의 헬멧에 다양한 이끼종자를 식재해서 황폐한 땅을 복구하기 시작하였고
얼마 후 습기를 머금은 이끼가 포자를 터트려 생활반경을 넓혀 나갔습니다.
거북들과 여러 생명들의 노력으로 오염된 땅은 아주 천천히 비옥해졌습니다. 다행이라면 돌연변이로 거북이의 수명이 줄진 않았답니다. 정말 다행이예요. 왜냐면 이 복구는 정말 오래 걸렸거든요.
그렇게 아주아주 많은 시간이 걸렸죠.
한참 후 비옥해진 토양에는 다시금 식물들이 자라기 시작했고, 돌연변이로 어려운 처지의 식물종자나 작은곤충들은 두발로 걷게 된 거북들이 헬멧에 붙혀 이동시켜주었습니다. 꼬마 공벌래들 얘기론 조금 무서웠답니다.
헬멧에 난 총탄구멍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식되었고 이게 과연 몸을 보호해줄지 의심이 갈 정도로 커졌습니다.
좋은점은 작은 식물들을 태워 이동시키기엔 딱 알맞았죠. 거북들을 열심히 심고 또 심었습니다. 식충식물만 빼고요.
풀을 뜯는 거북도,육식을 하는 거북도 서로 질서를 지키고 서로 도우며 본인의 안위보단 서로를 위했습니다.
몇몇 곤충들은 돌연변이로 몸집이 비대해지면서 무게에 눌려 걷지 못하게 되었지만 대신 돌처럼 튼튼한 피부를 가지게 되었죠.
거북들은 나이가 들면서 작아진 헬멧은 어린거북들에게 씌워주었고 몸집이 커진 곤충들을 껍질처럼 메고 다니며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대신 그들이 원하는 습하고 축축한 곳으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또 흘렀고, 각자의 작은 헬멧과 공생의 의지는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황폐했던 자연은 비로소 예전 모습을 찾아가는듯 보였습니다.
회복된 자연을 보는일은 그 무엇보다 행복했지만 ‘그 날’을 알고있는 늙어버린 거북들은 그 작은 철모의 이면에 숨어있는 그 기억 ‘전쟁’ 이 떠오를때마다 다시금 걱정스러웠습니다.